스테이블코인이 1달러에 묶이는 세 방식
코인 가격은 하루에도 크게 출렁입니다. 그런데 어떤 코인은 늘 1달러 근처에 머뭅니다. 이 챕터는 그 코인이 1달러에 묶이는 세 가지 방식을 살펴봅니다. 방식마다 무엇이 무너지면 약속이 깨지는지도 함께 봅니다.
1달러를 약속하는 코인
블록체인 코스에서 본 비트코인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늘 1달러 근처에 머물도록 설계된 코인이 있습니다. 이것을 미국 달러 같은 특정 자산과 가치를 연동해 가격이 안정되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입니다.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세 유형으로 나눕니다. 금 같은 다른 자산으로 바꿔 주지 않고, 국가의 뒷받침과 사람들의 믿음으로 쓰이는 돈입니다.돈은 어디서 왔나 챕터에서 보기 담보형, 암호자산 담보형, 알고리즘 기반형입니다.[2]

이런 코인이 필요한 까닭은 코인 시장 안에서 쓸 ’현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준(Fed)은 스테이블코인이 코인 거래와 대출의 기준 자산으로 쓰인다고 설명합니다. 거래할 때마다 코인을 은행 돈으로 바꾸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기 때문입니다.[1] 주요 거래소의 코인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쓰인 비중은 2017년 12월에 7.9%였습니다. 이 비중이 2025년 5월에는 84.0%로 올랐습니다.[2]
놀이공원 입구에서 현금을 내고 받는 이용권을 떠올려 보세요. 이용권 한 장은 1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안에서는 이용권으로 계산합니다. 이용권이 스테이블코인, 매표소 금고의 현금이 발행사가 상환에 대비해 들고 있는 국채, 예금, 현금 같은 자산입니다., 나갈 때 현금으로 바꿔 주는 창구가 상환입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금고에 무엇이 있는지 의심받으면 1달러보다 싸게 거래될 수 있습니다.
같은 1달러 약속이라도 무엇으로 지키느냐에 따라 깨지는 조건이 다릅니다. 가격이 1달러에서 벗어나는 일을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연동하기로 한 자산의 가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이라고 합니다.[2] 세 방식을 차례로 보겠습니다.
법정화폐 담보: 금고 속 준비자산
첫째 방식은 발행사가 받은 달러를 국채나 예금 같은 준비자산으로 들고 있는 것입니다. 코인을 가져오면 1달러로 바꿔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연준은 이런 코인이 대개 달러 표시 자산으로 전액 담보된다고 설명합니다.[1] 한국은행의 2025년 6월 보고서를 보면 이 방식이 전체의 97.6%를 차지합니다.[2]
가격을 1달러에 붙잡는 힘은 같은 자산이 두 시장에서 다른 가격일 때,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서 팔아 그 차이를 얻는 거래입니다.김치 프리미엄과 거래소 가격의 착각 챕터에서 보기입니다. 시장가격이 1달러보다 낮으면, 시장에서 싸게 사서 발행사에 1달러로 바꾸면 이익이 납니다. 시장가격이 더 높으면 반대로 발행사에서 새로 받아 시장에 팔면 이익이 납니다.[1] 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격을 1달러 근처로 되돌립니다.
이 장치는 사람들이 약속을 믿을 때만 작동합니다. 약속이 깨질 것 같으면 모두 남보다 먼저 바꿔 받으려 합니다. 발행사가 돈을 마련하려고 준비자산을 급히 팔면, 그 값이 더 떨어져 인출이 빨라집니다. 연준은 이것을 보험이 없는 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에 견줍니다.[1] 스테이블코인에서 일어나는 이런 사태를 스테이블코인을 못 믿게 된 사람들이 한꺼번에 상환이나 매도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와 닮았습니다.이라고 합니다.[2]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을 때, USDC는 준비자산의 8%를 이 은행에 맡겨 두고 있었습니다.[2] 그러자 USDC 가격은 0.88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2] 묶인 돈을 빼고 남은 몫보다도 시장이 더 낮은 값을 매긴 셈입니다. 금고가 있어도, 그 돈을 언제 꺼낼 수 있는지 의심받으면 약속은 흔들립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 방식에 구조적인 긴장이 있다고 봅니다. 발행사는 이자를 더 주는 자산에 투자할수록 돈을 법니다. 그런데 언제든 상환을 요구받는 처지에서는 모든 경우에 1달러를 지킬 수 없게 됩니다.[3]
계산 과정 보기
준비자산 100달러 가운데 8%가 묶이면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돈은 100 × (1 − 0.08) = 92달러입니다. 시장은 그보다 더 낮은 0.88달러, 곧 12% 할인된 값을 매겼습니다.
암호자산 초과 담보: 더 맡기고 덜 발행한다
둘째 방식은 블록체인 위의 암호자산을 담보로 맡기는 것입니다. 담보 가격이 크게 출렁이므로 대개 발행량보다 많은 담보를 요구합니다.[1] 이것을 빌리거나 발행한 금액보다 더 큰 가치의 담보를 맡기는 방식입니다.라고 합니다. 코인 1달러어치를 발행하려면 1달러보다 많은 암호자산을 맡겨야 하는 식입니다.[4]
담보 가치가 정해진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담보를 더 넣거나 코인을 갚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블록체인 위의 계약 코드가 담보를 처분합니다.[1] 이것을 청산이라고 합니다.
가상의 예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암호자산 200달러어치를 맡기고 스테이블코인 100개를 발행합니다. 규칙은 ’담보가 발행량의 150% 아래면 청산’입니다. 그러면 담보 가격이 25% 떨어질 때 청산이 시작됩니다. 가격이 50% 떨어지면 담보가 발행량과 같아져 여유분이 모두 사라집니다.
정상이라면 그 사이에서 청산이 끝나, 코인 100개의 뒷받침이 유지됩니다. 문제는 가격이 그 구간을 순식간에 건너뛸 때입니다. 청산이 끝나기 전에 담보 가격이 60% 떨어지면, 코인 100개 뒤에 20달러의 구멍이 생깁니다. BIS도 초과 담보조차 가격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크게 오르내리는지를 나타낸 숫자입니다. 보통 수익률의 표준편차로 잽니다.종목 수와 상관계수 챕터에서 보기이 치솟으면 바닥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5]
여유분은 가격이 천천히 떨어질 때 완충재 노릇을 합니다. 가격이 한꺼번에 무너지면 여유분이 있어도 구멍이 생깁니다.
계산 과정 보기
- 담보 비율: 200 ÷ 100 = 200%입니다.
- 청산선: 100 × 1.5 = 150달러입니다. 청산이 시작되는 하락률은 (200 − 150) ÷ 200 = 25%입니다. 일반식으로는 1 − (최소 담보 비율 ÷ 현재 담보 비율) = 1 − 1.5 ÷ 2 = 25%입니다.
- 여유분이 바닥나는 하락률: (200 − 100) ÷ 200 = 50%입니다. 일반식으로는 1 − (100% ÷ 현재 담보 비율) = 1 − 1 ÷ 2 = 50%입니다.
- 60% 하락: 담보는 200 × 0.4 = 80달러가 되어, 코인 100개 뒤에 20달러가 모자랍니다.
알고리즘: 담보 대신 규칙
셋째 방식인 준비자산 없이 정해진 규칙으로 발행량을 늘리고 줄여 가격을 맞추려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은 담보를 거의 두지 않고 규칙으로 가격을 맞춥니다. 가격이 1달러보다 높으면 더 발행하고, 낮으면 줄여서 수요에 공급을 맞추는 식입니다.[1] 흔한 설계는 두 번째 토큰과 짝을 짓는 것입니다. 코인 1개를 언제든 짝 토큰 1달러어치로 바꿔 줍니다. 그러면 코인이 쌀 때 사서 바꾸는 차익거래가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발상입니다.[1]
약점은 짝 토큰의 가격 자체가 믿음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코인 1,000개를 상환받는 사람에게는 짝 토큰 1,000달러어치를 새로 찍어 줘야 합니다. 짝 토큰 가격이 떨어질수록 찍어야 할 개수가 늘어납니다.
| 짝 토큰 가격 | 새로 찍어야 할 짝 토큰 |
|---|---|
| 50달러 | 20개 |
| 5달러 | 200개 |
| 0.5달러 | 2,000개 |
| 0.05달러 | 20,000개 |
상환이 몰릴수록 짝 토큰이 쏟아지고, 쏟아질수록 가격은 더 떨어집니다. 연준은 두 토큰이 함께 떨어지면 이 장치가 실패한다고 설명합니다. 이것을 흔히 ’죽음의 소용돌이’라고 부릅니다.[1]
2022년 5월의 테라USD(UST)가 이 길을 그대로 밟았습니다.[4] 테라USD는 준비자산 없이 짝 토큰 루나(LUNA)와의 차익거래로 1달러를 지키도록 설계되었습니다.[4] 5월 초 시가총액은 약 180억 달러로, 세 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4] 5월 8~9일 가격이 0.7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두 토큰이 함께 무너졌습니다.[4] 그 주에만 약 600억 달러의 가치가 사라졌습니다.[4]
충격은 다른 방식의 코인에도 번졌습니다. 같은 시기 법정화폐 담보형인 테더도 한때 0.9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달러로 돌아왔습니다.[4]
스테이블코인도 결국 블록체인 장부에 적힌 기록입니다. 거래소에 맡긴 스테이블코인은 그 거래소의 보안과 존속에 기댑니다. 블록체인 코스 3장에서 본 원리 그대로입니다.
세 방식을 나란히 놓으면
| 구분 | 법정화폐 담보 | 암호자산 초과 담보 | 알고리즘 |
|---|---|---|---|
| 1달러를 지키는 것 | 준비자산과 1대1 상환 약속 | 발행량보다 많은 담보와 자동 청산 | 짝 토큰과의 발행·소각 규칙 |
| 누가 운영하나 | 한 발행사와 보관 기관 | 주로 블록체인의 한 주소에 올라간 코드와 데이터의 묶음입니다. 누가 거래로 부르면 정해진 조건대로 실행됩니다.이더리움과 스마트 계약 챕터에서 보기 | 스마트 계약 |
| 깨지는 조건 | 준비자산의 가치·유동성·보관에 대한 의심 | 청산보다 빠른 담보 가격 급락 | 코인과 짝 토큰의 동시 하락 |
| 깨진 사례 | 2023년 USDC 0.88달러[2] | 이 챕터의 가상 예시 | 2022년 테라USD[4] |
’스테이블’이라는 이름 때문에 예금처럼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스테이블코인에는 금융회사가 예금을 못 돌려주게 되면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평소에 보험료를 모아 기금을 쌓아 둡니다.통장 고르기와 예금자보호 챕터에서 보기도, 위기 때 중앙은행이 돈을 대 주는 장치도 없습니다.[2]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사에 따라 서로 다른 값에 거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1달러에서 크게 벗어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3] 이름이 아니라 1달러를 무엇으로 지키는지를 봐야 합니다.
초과 담보형의 담보 비율과 자동 청산은 스테이블코인만의 장치가 아닙니다. 은행 없이 코드로 돈을 빌려주는 디파이 대출도 같은 원리로 돌아갑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그 대출과, 공식 하나로 가격을 정하는 자동화 마켓 메이커를 봅니다.
용어 정리
- 스테이블코인
- 미국 달러 같은 특정 자산과 가치를 연동해 가격이 안정되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입니다.
- 디페깅
-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연동하기로 한 자산의 가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 준비자산
- 발행사가 상환에 대비해 들고 있는 국채, 예금, 현금 같은 자산입니다.
- 초과 담보
- 빌리거나 발행한 금액보다 더 큰 가치의 담보를 맡기는 방식입니다.
- 코인런
- 스테이블코인을 못 믿게 된 사람들이 한꺼번에 상환이나 매도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와 닮았습니다.
-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 준비자산 없이 정해진 규칙으로 발행량을 늘리고 줄여 가격을 맞추려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이해도 점검
정답 0 / 3Q11달러로 바꿔 주겠다고 약속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0.97달러에 거래됩니다. 가격을 1달러 쪽으로 되돌리는 힘은 무엇입니까?
Q2암호자산을 발행량보다 넉넉히 맡기는 초과 담보 스테이블코인이 1달러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전형적인 경우는 무엇입니까?
Q3담보를 거의 두지 않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무너지는 전형적인 조건은 무엇입니까?
이 챕터의 요약
- 법정화폐 담보형은 준비자산과 1달러 상환 약속으로 버티고, 준비자산이 의심받으면 코인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 암호자산 담보형은 넉넉한 담보와 자동 청산으로 버티지만, 담보 가격이 한꺼번에 무너지면 구멍이 생깁니다.
- 알고리즘형은 짝 토큰에 대한 믿음에 기대므로, 두 토큰이 함께 떨어지면 2022년 테라처럼 무너집니다.
출처와 신뢰도
- AThe stable in stablecoins (FEDS Notes, 2022. 12. 16.)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중앙은행 연구 노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 세 유형의 안정화 장치, 차익거래가 고정을 지키는 방식, 상환 요구가 몰리는 조건과 죽음의 소용돌이 설명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금융안정보고서(2025년 6월) 참고 3. 스테이블코인 동향 및 금융안정 관련 잠재리스크 · 한국은행중앙은행 보고서입니다. 세 가지 유형 분류, 법정화폐 담보형의 비중 97.6%, 가상자산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 비중(7.9%에서 84.0%), 디페깅과 코인런의 정의, 2023년 USDC 0.88달러 하락 사례, 예금보험·최종대부자 부재를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Annual Economic Report 2025, Chapter III: The next-generation monetary and financial system · 국제결제은행(BIS)중앙은행들의 국제기구 연차보고서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발행사에 따라 서로 다른 값에 거래될 수 있다는 분석과, 수익 모델과 고정 약속 사이의 긴장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The Financial Stability Implications of Digital Assets (FEDS 2022-058)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중앙은행 연구 논문입니다. 담보 1달러보다 많은 암호자산을 맡겨야 발행되는 초과 담보 설계, 테라USD 붕괴의 시가총액·가격·손실 규모와 날짜, 같은 시기 테더의 가격 하락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DeFi risks and the decentralisation illusion (BIS Quarterly Review, 2021년 12월) · 국제결제은행(BIS)국제기구 정기 보고서의 특집 논문입니다. 초과 담보도 변동성이 치솟으면 바닥날 수 있다는 분석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