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3세금, 금, 부동산에 대한 착각

물가를 이긴다는 말의 함정

"예금 금리가 물가보다 높으니 괜찮다", "금과 부동산은 결국 물가를 이긴다". 자주 듣는 말이지만 세금을 넣거나 기간을 바꾸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이 챕터는 근거로 확인되는 세 가지 착각을 차례로 짚습니다.

읽는 시간 10분선행 챕터 01, 02핵심 개념 3개갱신

금리가 물가보다 높으면 충분할까#

앞의 두 챕터에서는 세금을 빼고 계산했습니다. 실제 예금 이자에서는 세금이 먼저 빠집니다. 개인이 받는 일반적인 이자에는 소득세 14%가 원천징수되고,[1] 그 소득세의 10%가 개인지방소득세로 함께 징수됩니다.[2] 14% + 1.4% = **15.4%**가 이자를 받는 순간 빠져나갑니다. 이자 소득의 종류에 따라 세율이 다르므로,[1] 이 챕터는 일반 예금 이자의 기본 세율로 계산합니다.

금리가 연 3.5%이고 물가가 연 3% 오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세금을 빼기 전 실질 수익률은 1.035 ÷ 1.03 − 1 = +0.49%로, 물가를 이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세후 금리는 3.5% × (1 − 0.154) = 2.961%입니다. 세후 실질 수익률은 1.02961 ÷ 1.03 − 1 = **−0.04%**로 마이너스가 됩니다.

쉽게 말하면

마른 쌀을 물에 불리면 무게는 늘지만 먹을 수 있는 밥의 양은 그대로입니다. 명목 이자는 불린 쌀의 무게이고, 그 가운데 물 무게가 물가를 따라잡느라 늘어난 몫, 쌀 무게가 실질 이익입니다. 세금은 물 무게까지 포함한 전체 무게에 매겨집니다. 다만 쌀과 달리 물 무게는 해마다 다르고, 물가가 낮은 해에는 이 효과도 작아집니다.

세후 본전 금리

세후로 물가를 따라잡는 금리 = 물가상승률 ÷ (1 − 0.154)

물가가 연 2%면 2 ÷ 0.846 = 2.36%, 연 3%면 3 ÷ 0.846 = 3.55%가 본전입니다. 금리가 물가보다 높아도 이 선보다 낮으면 구매력은 줄어듭니다.

세금은 명목 이자에 붙는다#

같은 15.4%라도 물가에 따라 실제 무게가 달라집니다. 명목 4% 이자를 받는다면 세금은 언제나 4% × 0.154 = 0.616%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세전 실질 이익은 물가가 오를수록 줄어듭니다. 그래서 실질 이익 가운데 세금이 가져가는 몫은 물가와 함께 커집니다.

명목 4% 이자, 세율 15.4%를 정확식으로 계산했습니다. 물가가 0%일 때만 표면 세율과 실제 부담이 같고, 물가가 3%가 되면 실질 이익의 60% 넘게 세금으로 나갑니다.

물가가 3%인 해를 숫자로 풀면 이렇습니다. 세전 실질 수익률은 1.04 ÷ 1.03 − 1 = 0.97%이고, 세후 실질 수익률은 1.03384 ÷ 1.03 − 1 = 0.37%입니다. 0.97%의 실질 이익 가운데 0.60%포인트가 사라졌으므로, 실질 기준으로는 약 62%를 세금으로 낸 셈입니다. 세율표에 적힌 15.4%만 보고 세후 수익을 어림하면 이 차이를 놓칩니다.

금과 부동산은 늘 물가를 이길까#

예금이 물가를 이기기 어렵다면, 실물 자산은 어떨까요. “금과 부동산은 결국 물가를 이긴다”라는 말을 연구 결과에 비춰 보겠습니다.

금. Erb와 Harvey는 2013년 논문에서 “금은 물가 헤지”라는 통념을 검증했습니다. 투자 기간을 수백 년 단위로 잡으면 금이 물가를 따라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 투자 기간에서는 믿기 어려운 물가 헤지라는 것이 그들의 결론입니다.[3]

부동산. Knoll, Schularick, Steger는 선진국 14개국의 1870년 이후 주택 가격을 모았습니다. 물가를 뺀 실질 주택 가격은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대체로 제자리였고, 20세기 후반에 나라마다 큰 차이를 보이며 크게 올랐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상승분의 약 80%는 건물이 아니라 땅값 상승으로 설명된다고 보고했습니다.[4]

흔한 착각

최근 수십 년의 상승을 그 자산의 본성으로 읽는 것입니다. 같은 자산이라도 어느 해부터 어느 해까지를 보느냐, 어느 나라와 지역을 보느냐에 따라 물가를 이긴 구간과 진 구간이 함께 나옵니다. “물가를 이긴다”라는 문장에는 기간, 지역, 세금과 비용을 뺀 뒤인지가 함께 붙어야 합니다.

이 착각들은 어떤 자산을 사라거나 사지 말라는 근거가 아닙니다. 어느 자산이든 세후 실질 수익률로 따져 봐야 하고, 과거 한 구간의 결과가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한 걸음 더

세 챕터를 하나로 꿰면 수익률 숫자를 세 번 걸러 읽는 습관이 됩니다. 먼저 세금을 떼고(3장), 그 결과를 같은 기간의 물가로 나누고(1장), 그 실질 수익률이 여러 해에 걸쳐 복리로 쌓이는 모양을 봅니다(2장). 통장 숫자가 아니라 이렇게 거른 숫자가 내 형편이 실제로 나아지는 속도입니다.

이 코스에서 쓴 용어

명목 수익률
물가를 감안하지 않고 금액이 늘어난 비율입니다.
실질 수익률
물가를 감안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늘어난 비율입니다.
피셔 방정식
(1 + 명목) = (1 + 실질) × (1 + 물가)로 세 비율을 잇는 관계식입니다.
구매력
일정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입니다.
화폐 착각
돈의 액면 금액을 구매력으로 착각하는 경향입니다.
세후 실질 수익률
세금을 뗀 뒤의 금리를 다시 물가로 나눠 구한 실질 수익률입니다.
이해도 점검0 / 3

Q1예금 금리가 연 3.5%, 물가상승률이 연 3%이고 이자에 15.4%가 원천징수됩니다. 세후 실질 수익률에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입니까?

Q2명목 4% 이자에 15.4% 세금이 붙고 물가가 3% 올랐습니다. 세금이 가져가는 몫은 실질 이익의 몇 퍼센트입니까?

Q3본문에서 다룬 연구 결과와 맞는 설명은 무엇입니까?

이 챕터의 요약
  • 세금은 명목 이자에 붙으므로, 예금이 물가를 이기려면 물가 ÷ 0.846보다 높은 금리가 필요합니다.
  • 물가가 오를수록 같은 세율이 실질 이익에서 가져가는 몫은 커집니다. 물가 3%면 15.4%가 약 62%가 됩니다.
  • 금과 부동산이 물가를 이겼다는 말은 기간과 지역을 붙여야 성립하며, 근거 자료는 오랫동안 그렇지 않았던 구간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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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와 신뢰도
  1. A원천징수 세율 — 국세청과세 당국의 공식 세율표입니다. 개인의 "그 밖의 이자소득" 원천징수세율 14%와 소득 구분별로 세율이 다르다는 점을 가져왔습니다.
  2. A지방세법 제103조의13 (특별징수의무) — 국가법령정보센터 (법제처)법령 원문입니다.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의 100분의 10을 개인지방소득세로 함께 징수한다는 조문에서 1.4%를 계산했습니다.
  3. AClaude B. Erb, Campbell R. Harvey, “The Golden Dilemma” (2013) — NBER Working Paper 18706금의 물가 헤지 기능을 검증한 연구 논문입니다. 실제 투자 기간에서 금은 믿기 어려운 물가 헤지라는 결론을 초록에서 가져왔습니다.
  4. AKnoll, Schularick, Steger, “No Price Like Home: Global House Prices, 1870–2012” (2017) — American Economic Review동료 심사 학술지 논문입니다. 선진국 14개국 실질 주택 가격의 장기 추이와 땅값의 기여도(약 80%)를 초록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