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수익률과 실질 수익률
통장 잔액이 늘었는데 살 수 있는 물건은 오히려 줄어드는 해가 있습니다. 이 챕터는 "얼마를 벌었나"와 "얼마나 더 살 수 있게 되었나"를 갈라 보는 법과, 그 둘을 잇는 계산식을 다룹니다.
잔액은 늘었는데 장바구니는 줄어드는 이유#
복리와 시간 코스에서 계산한 수익률은 모두 통장에 찍히는 금액 기준이었습니다. 이 코스는 그 금액으로 실제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2022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였습니다.[2] 물가가 이만큼 오른 1년 동안 연 3% 예금에 100만 원을 넣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1년 뒤 통장에는 103만 원이 찍힙니다. 그런데 1년 전 100만 원이던 장바구니는 이제 105만 1,000원입니다. 103만 원으로는 그 장바구니를 0.98개만 살 수 있습니다. 금액은 3% 늘었지만, 살 수 있는 양은 2% 줄었습니다. 세금은 아직 빼지 않았는데도 그렇습니다.
통장 잔액을 “원” 대신 “장바구니 몇 개”로 세어 보세요. 지폐 장수가 늘어난 비율이 명목 수익률, 장바구니 값이 오른 비율이 물가상승률, 살 수 있는 장바구니 개수가 늘어난 비율이 실질 수익률입니다. 다만 물가 통계 속 장바구니는 온 나라 가구의 평균이라, 내가 실제로 사는 장바구니와 똑같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구매력이라고 부릅니다.[3] 실질 수익률은 결국 구매력이 1년 동안 얼마나 늘었는지를 재는 숫자입니다.
피셔 방정식: 정확식과 근사식#
명목 수익률, 실질 수익률, 물가상승률 사이에는 정해진 관계가 있습니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의 이름을 따 피셔 방정식이라고 부릅니다.[1]
정확식: (1 + 명목) = (1 + 실질) × (1 + 물가)
그래서 실질 = (1 + 명목) ÷ (1 + 물가) − 1입니다. 앞의 예라면 1.03 ÷ 1.051 − 1 = −2.00%입니다.
근사식: 실질 ≈ 명목 − 물가
같은 예를 근사식으로 하면 3 − 5.1 = −2.10%입니다.
근사식은 곱셈을 뺄셈으로 바꾼 것이라 암산이 쉽습니다. 대신 버린 항이 있습니다. 두 식의 차이는 (명목 − 물가) × 물가 ÷ (1 + 물가)입니다. 물가와 수익률이 낮으면 이 값이 거의 0이고, 둘 다 높으면 커집니다.
| 명목 수익률 | 물가상승률 | 근사식 | 정확식 | 벌어진 폭 |
|---|---|---|---|---|
| 3% | 2% | 1.00% | 0.98% | 0.02%p |
| 5% | 3% | 2.00% | 1.94% | 0.06%p |
| 3% | 5.1% | −2.10% | −2.00% | 0.10%p |
| 10% | 8% | 2.00% | 1.85% | 0.15%p |
| 20% | 15% | 5.00% | 4.35% | 0.65%p |
| 50% | 40% | 10.00% | 7.14% | 2.86%p |
물가가 한 자릿수 초반이면 근사식으로 충분합니다. 물가가 두 자릿수로 뛰는 상황이나, 여러 해를 이어 붙여 계산할 때는 정확식을 써야 합니다. 작은 차이도 해마다 곱해지면 커지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을 자연로그로 바꾸면 근사식이 정확해집니다. ln(1 + 명목) = ln(1 + 실질) + ln(1 + 물가)가 항등식으로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금융 논문에서 로그 수익률을 즐겨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렇게 덧셈과 뺄셈이 그대로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숫자가 커지면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
계산식을 알아도 판단은 자주 금액에 끌려갑니다. 돈의 액면 금액을 구매력으로 착각하는 경향을 화폐 착각(money illusion)이라고 부릅니다.[4]
실험에서 사람들은 물가가 그대로인데 임금이 2% 깎이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느꼈지만, 물가가 4% 오를 때 임금이 2% 오르는 것은 공정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4] 실질로 따지면 앞은 −2%, 뒤는 1.02 ÷ 1.04 − 1 = −1.92%로 거의 같습니다. 액면 숫자가 오르면 손해를 보고 있어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다만 이 효과가 실제 경제에서 얼마나 큰지를 두고는 반론을 펴는 경제학자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재산에 관해서는 실질 가치로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주장입니다.[4] 어느 쪽이든 개인이 할 일은 같습니다. 수익률이나 연봉 인상률을 볼 때마다 같은 기간의 물가상승률을 옆에 놓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한 해의 차이는 2%포인트 남짓이지만, 이것이 복리 위에서 30년을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물가가 복리를 얼마나 깎는지 직접 계산해 보겠습니다.
Q1명목 수익률이 4%이고 물가상승률이 3%일 때, 정확식으로 계산한 실질 수익률에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입니까?
Q2근사식(실질 ≈ 명목 − 물가)과 정확식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경우는 언제입니까?
Q3연봉이 4% 올랐고 같은 해 물가가 5.1% 올랐습니다. 실질 연봉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 명목 수익률은 금액이 늘어난 비율이고, 실질 수익률은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늘어난 비율입니다.
- (1 + 명목) = (1 + 실질) × (1 + 물가)가 정확식이고, 명목에서 물가를 빼는 것은 낮은 수치에서만 맞는 근사입니다.
- 숫자가 커지면 부자가 된 것처럼 느끼는 화폐 착각을 피하려면, 수익률을 볼 때마다 물가를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 BFisher equation — Wikipedia명목·실질 이자율과 물가의 관계식, 정확식과 근사식을 정리한 문서입니다. 수식은 직접 검증되지만 2차 자료이므로 B로 둡니다.
- A소비자물가상승률 — 지표누리 국가발전지표 (대한민국 정부 통계 누리집)정부가 공표하는 공식 통계입니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5.1%를 이 페이지의 해설에서 가져왔습니다.
- APurchasing Power — Investor.gov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규제기관의 용어 정의입니다. 구매력을 물가를 감안해 일정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으로 정의합니다.
- BMoney illusion — Wikipedia화폐 착각의 정의와 Shafir·Diamond·Tversky(1997)의 실험 결과, 그리고 이 효과를 둘러싼 반론을 요약한 문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