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대한 흔한 착각
환율 뉴스가 커질 때마다 "지금 달러를 사야 하나" 같은 질문이 쏟아집니다. 그 밑에는 흔한 착각 세 가지가 깔려 있습니다. 앞의 두 챕터의 계산과 연구 결과로 하나씩 짚어 봅니다.
착각 1: 환율이 오르면 무조건 손해다
앞 챕터에서 해외 자산의 해외 자산의 현지 수익률과 환율 변화를 함께 반영해 원화로 계산한 수익률입니다.해외 자산의 원화 수익률과 환헤지 챕터에서 보기과 앞으로 바꿀 환율을 계약으로 미리 정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줄이는 것입니다.해외 자산의 원화 수익률과 환헤지 챕터에서 보기를 계산했습니다. 이 계산을 손에 쥐면 환율 뉴스를 둘러싼 흔한 말들이 왜 반만 맞는지 보입니다. 첫 번째는 “환율이 오르면 우리 모두 손해”라는 말입니다.
환율은 시소와 비슷합니다. 한쪽 끝에는 달러를 받는 사람이, 반대쪽 끝에는 달러를 내는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수출 기업과 달러 자산을 가진 사람이 받는 쪽입니다. 수입 기업, 해외여행자, 달러로 돈을 빌린 기업이 내는 쪽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받는 쪽이 올라가고 내는 쪽이 내려갑니다. 다만 실제 사람은 한쪽에만 앉아 있지 않습니다. 해외 주식을 가진 직장인도 수입품 값이 오른 장바구니를 원화로 삽니다.
한국은행은 환율 변동의 효과를 다음처럼 정리합니다.[1]
| 구분 |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
|---|---|---|
| 수출 | 수출상품 가격 상승, 수출 감소 | 수출상품 가격 하락, 수출 증가 |
| 수입 | 수입상품 가격 하락, 수입 증가 | 수입상품 가격 상승, 수입 감소 |
| 국내 물가 | 수입 원자재 가격 하락, 물가 안정 |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상승 |
| 외화 부채가 있는 기업 |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를 합친 돈입니다.DSR 한도 안에서 얼마까지 빌릴 수 있나 챕터에서 보기 상환 부담 감소 |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
표 어디에도 “모두에게 좋다”나 “모두에게 나쁘다”는 없습니다. 같은 움직임이 경제 곳곳에 서로 반대되는 영향을 줍니다.[1]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율이 1,300원에서 1,430원으로 오르면 달러 예금 1,000달러의 원화 가치는 13만 원 늘어납니다. 같은 1,000달러를 여행에 쓸 사람은 13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
원화로 월급을 받는 사람에게는 환율 상승이 물가를 거쳐서도 닿습니다. 수입 원자재 값이 오르면 국내 물가가 오르기 때문입니다.[1] 인플레이션 코스에서 본 것처럼 물가가 오르면 같은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달러 자산이 원화로 늘었다고 형편이 그만큼 나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 방향으로도 같은 착각이 생깁니다. “환율이 내렸으니 좋은 소식”이라는 말은 표에서 반가운 칸만 본 것입니다. 환율이 내리면 수입품과 해외여행은 싸집니다. 하지만 수출이 줄어 성장이 둔화되고 일자리 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1] 환율 뉴스의 좋고 나쁨은 숫자의 방향이 아니라, 누가 달러를 받고 누가 내는지로 갈립니다.
계산 과정 보기
달러 예금 1,000달러의 원화 가치 변화는 1,000 × (1,430 − 1,300) = 13만 원입니다.
착각 2: 환율을 예측해 사고팔면 된다
환율이 오를 것 같으면 달러를 사 두고, 내릴 것 같으면 팔면 된다는 생각은 단순해 보입니다. 문제는 “오를 것 같다”를 맞히는 일입니다.
경제학자 Barbara Rossi는 2013년에 환율 예측 연구를 정리했습니다.[2] 환율은 경제 모델로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잘 알려진 결론이라고 적었습니다.[2] 오히려 다음 값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보는 모형입니다. 환율 예측에서는 오늘 환율을 내일의 예측값으로 쓰는 방법을 말합니다.가 어떤 경제 모델보다 환율을 잘 맞힌다는 것입니다.[2] 랜덤워크 예측은 별다른 계산 없이 오늘 환율을 내일 환율의 예측값으로 쓰는 것입니다. Rossi는 최근 연구까지 따져 본 뒤 “예측할 수 있는가”의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이기기 어려운 기준은 여전히 추세 없는 랜덤워크라고 봤습니다.[2]

단기에 환율을 흔드는 요인을 보면 이유가 짐작됩니다. 시장 참가자 대부분이 환율이 오른다고 예상하면, 오르기 전에 미리 외환을 사려 합니다. 그러면 정말 예상대로 환율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1] 이렇게 예상이 스스로 이루어지는 거래를 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을 예상하고 미리 사고팔아, 그 예상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거래입니다.라고 부릅니다.
뉴스도 환율을 움직입니다. 2018년 3월 7일에는 대북특사단의 방북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크게 내렸습니다.[1] 2023년 2월 6일에는 예상을 크게 웃돈 미국 고용지표에 크게 올랐습니다.[1] 이런 뉴스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달러는 안전자산이니 길게 보면 오르기만 한다”는 말도 숫자와 맞지 않습니다. 원/달러 환율 연평균은 2004년 1,144.67원에서 2007년 929.2원으로 약 18.8% 내렸습니다.[3] 그 뒤 2009년에는 1,276.4원으로 다시 올랐습니다.[3] 2026년에도 바로 앞 영업일에 은행끼리 거래한 원/달러 환율을 거래량에 따라 평균 낸 기준 환율입니다. 서울외국환중개가 매일 아침 알립니다.환율은 무엇이 움직이나 챕터에서 보기이 7월 2일부터 10월 21일까지, 넉 달이 채 안 되어 약 14.6% 내렸습니다.[3]
환율의 방향은 맞히기 어렵지만, 아래 세 가지는 미리 따져 볼 수 있습니다.
- 비용: 바꿨다 되돌릴 때마다 은행이 고객과 외화를 사고팔 때 쓰는 환율입니다. 기준 환율에 비용과 수익을 더해 은행마다 따로 정합니다.환율은 무엇이 움직이나 챕터에서 보기의 차이만큼 빠집니다. 2장의 가정이면 한 번 왕복에 약 1.98%입니다.
- 비중: 내 자산과 지출 가운데 달러로 움직이는 몫이 얼마인지입니다.
- 헤지 여부: 그 몫의 환율 변동을 금리 차이와 바꿀지입니다. 아래 착각 3에서 다룹니다.
계산 과정 보기
- 2004~2007년: 929.2 ÷ 1,144.67 − 1 = 약 −18.8%입니다.
- 2026년: 1,328.0 ÷ 1,554.4 − 1 = 약 −14.6%입니다.
착각 3: 환헤지는 언제나 좋다, 또는 언제나 나쁘다
“환헤지 상품이 안전하다”와 “환헤지는 비용만 먹는다”는 서로 반대지만 같은 실수를 합니다. 헤지의 득실을 정하는 조건이 바뀐다는 점을 빼먹은 것입니다. 조건은 크게 셋입니다.
첫째, 어느 나라 금리가 더 높은가. 2장에서 본 대로 헤지 비용은 이론적으로 두 나라 금리 차이와 같습니다.[6]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달러 자산을 헤지하는 쪽이 금리 차이를 비용으로 냅니다. 한국 금리가 더 높으면 선물환율이 지금 환율보다 높아져 그만큼을 얻습니다.[1] 이것을 국내 금리가 해외 금리보다 높아 선물환율이 지금 환율보다 높은 상태입니다.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어느 쪽 금리가 높은지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연말 정책금리로 보면 2000년 이후 그 순서가 여섯 번 뒤바뀌었습니다.[3]
2007년부터 2017년까지는 한국 금리가 높아, 헤지하면 금리 차이를 얻는 쪽이었습니다. 2022년부터 2026년 9월까지는 반대로 비용을 내는 쪽이었습니다.[3] 최근 몇 년만 보고 “헤지는 비용”이라고 하면 한 구간을 전체로 착각한 것입니다. 2010년대만 보고 “헤지는 덤까지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자산의 종류. Campbell 등 세 연구자는 1975~2005년 자료를 분석했습니다.[4] 이 기간 미국 달러, 유로, 스위스 프랑은 세계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4] 그래서 위험을 줄이려는 세계 주식 투자자에게는 이 통화들을 들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4] 반면 세계 채권 투자자에게는 거의 완전한 헤지가 위험을 가장 줄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4]
왜 다를지는 이렇게 풀이해 볼 수 있습니다. 주식은 값 자체가 크게 흔들려서 통화가 그 흔들림을 덜어 줄 여지가 있습니다. 채권은 값이 덜 흔들려서 통화의 흔들림이 위험의 큰 몫이 되기 쉽습니다. 이 분석이 한국 투자자에게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린 2008년 하반기에 달러가 강해지고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다는 점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5][3]
셋째, 위기 때의 움직임. BIS는 2009년 말, 미국 금리가 낮은 동안에는 위기 때 달러를 사려는 돈이 몰린다고 봤습니다.[5] 주식이 떨어지고 시장이 출렁이면, 싼 달러를 빌려 투자하던 쪽과 헤지를 줄이는 기관투자자가 함께 달러를 사들인다는 것입니다.[5] 2장의 계산에서도 자산이 20% 떨어지고 환율이 10% 오르면 헤지하지 않은 쪽은 12.00% 손해였습니다. 원금을 헤지한 쪽은 헤지한 외화 금액이 실제로 가진 외화 자산보다 많아진 상태입니다.해외 자산의 원화 수익률과 환헤지 챕터에서 보기 때문에 23.44% 손해였습니다. 위기 때 자산 값과 환율이 함께 움직이는 모양에 따라, 헤지가 손실을 줄이기도 하고 키우기도 합니다.
| 조건 | 헤지한 쪽이 유리해지기 쉬운 경우 | 헤지하지 않은 쪽이 유리해지기 쉬운 경우 |
|---|---|---|
| 금리 차이 | 한국 금리가 더 높을 때(헤지로 금리 차이를 얻음) | 미국 금리가 더 높을 때(헤지 비용을 아낌) |
| 환율의 움직임 | 들고 있는 동안 원화가 강해질 때 | 들고 있는 동안 원화가 약해질 때 |
| 자산의 종류 | 값이 덜 흔들리는 채권 같은 자산 | 위기 때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주식 같은 자산 |
표의 가운데 줄은 착각 2와 맞물립니다. 환율 방향을 맞히기 어렵다면, 헤지 여부도 “이번에 맞힐 수 있느냐”로 정할 일이 아닙니다. 비용과 내 자산의 성격으로 정할 문제입니다. 위험과 분산 코스 3장은 어느 나라에 얼마나 담을지를 환율과 비용까지 함께 따질 문제로 남겨 두었습니다. 이 코스의 챕터들이 그 계산의 재료입니다. 정답 비중이나 정답 헤지 비율은 정해 주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세 챕터를 꿰면 해외 자산의 숫자를 네 번 걸러 읽는 습관이 됩니다.
- 환율이 무엇에 밀려 움직이는지 압니다(1장).
- 현지 수익률에 환율 변화를 곱하고 환전 비용을 빼서 원화 수익률을 구합니다(2장).
- 그 결과에서 국내 물가만큼을 덜어 실질 수익률로 바꿉니다(인플레이션 코스).
- 환율 방향을 맞히려 하기보다 금리 차이와 자산의 성격으로 헤지 여부를 따집니다(3장).
환율은 맞히는 대상이 아니라, 내 돈이 어느 쪽에 얼마나 걸려 있는지 재는 대상입니다.
마지막 4장에서는 환율 방향과 상관없이 바꿀 때마다 빠지는 돈을 셈합니다. 환전 우대율이 줄여 주는 몫과 해외송금에 붙는 수수료입니다.
용어 정리
- 랜덤워크
- 다음 값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보는 모형입니다. 환율 예측에서는 오늘 환율을 내일의 예측값으로 쓰는 방법을 말합니다.
- 자기실현적 거래
- 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을 예상하고 미리 사고팔아, 그 예상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거래입니다.
- 선물환 프리미엄
- 국내 금리가 해외 금리보다 높아 선물환율이 지금 환율보다 높은 상태입니다.
이해도 점검
정답 0 / 4Q1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서 1,430원으로 올랐습니다. 원화로 따져 이익을 본 쪽은 누구입니까?
Q2환율 예측 연구를 정리한 Rossi(2013)의 결론으로 맞는 것은 무엇입니까?
Q3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꾸준히 높던 시기에 한국 투자자가 미국 자산을 선물환으로 환헤지했다면, 금리 차이에서 오는 몫은 어떻게 됩니까?
Q4Campbell, Serfaty-de Medeiros, Viceira(2010)의 분석에 비추어 볼 때 맞는 설명은 무엇입니까?
이 챕터의 요약
- 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받는 쪽은 이익, 내는 쪽은 손해라서, 내가 어느 쪽에 얼마나 서 있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 경제 모델도 오늘 환율을 그대로 쓰는 랜덤워크를 꾸준히 이기기 어려워, 환율을 맞혀 사고파는 전략은 근거가 약합니다.
- 환헤지의 득실은 금리 차이, 자산의 종류, 위기 때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므로 언제나 맞는 답은 없습니다.
출처와 신뢰도
- A알기 쉬운 경제지표해설(2023년판) 16장 환율 · 한국은행중앙은행의 공식 해설서입니다. 환율 상승과 하락이 수출, 수입, 국내물가, 외화부채에 주는 효과를 정리한 표 16-2(404쪽), 기대의 자기실현적 거래와 2018년 3월 7일·2023년 2월 6일 뉴스 사례(402쪽), 선물환율 공식(393쪽)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Exchange Rate Predictability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2013) · 미국경제학회(AEA) · Barbara Rossi동료 심사를 거친 학술지의 문헌 정리 논문입니다. 경제 모델보다 랜덤워크가 환율을 더 잘 예측한다는 Meese·Rogoff 수수께끼, 예측 가능성은 변수·기간·표본·모형·평가 방법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 가장 이기기 어려운 기준이 추세 없는 랜덤워크라는 초록 내용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경제통계시스템(ECOS) · 주요국 통화의 대원화환율, 국제 주요국 중앙은행 정책금리 · 한국은행중앙은행의 공식 통계입니다. 통계표 3.1.2.1(원/미국달러 연평균) 2004년 1,144.67원·2007년 929.2원·2009년 1,276.4원, 통계표 3.1.1.1(일별 매매기준율) 2026년 7월 2일 1,554.4원·10월 21일 1,328.0원, 통계표 9.1.1.3(정책금리, 월별)의 2000~2025년 각 12월과 2026년 9월 한국·미국 값을 2026년 10월 21일에 조회해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Global Currency Hedging (Journal of Finance, 2010) · NBER · John Y. Campbell, Karine Serfaty-de Medeiros, Luis M. ViceiraJournal of Finance 65권 1호(2010)에 실린 논문의 NBER 워킹페이퍼 판입니다. 1975~2005년 미국 달러·유로·스위스 프랑이 세계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여 위험을 줄이려는 주식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었고, 채권 투자자에게는 거의 완전한 헤지가 맞으며, 금리 차이에 따라 통화 노출을 바꿀 근거는 약하다는 초록 내용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Dollar appreciation in 2008: safe haven, carry trades, dollar shortage and overhedging (BIS Quarterly Review, 2009년 12월) · 국제결제은행(BIS)국제기구의 분석 논문(McCauley·McGuire)입니다. 2008년 하반기 안전자산 도피로 달러가 강해졌다는 분석과, 당시 미국 금리 수준(달러가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 통화인 조건, at current US yields)에서는 주식이 떨어지고 변동성이 커질 때 캐리 트레이드와 기관투자자의 헤지 조정이 함께 달러를 사들이게 만든다는 92쪽 결론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A경제용어사전 · 스왑레이트 · 한국은행중앙은행의 용어 정의입니다.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를 연율로 나타낸 스왑레이트가 이론적으로 두 통화의 금리차와 일치한다는 설명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