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충분한가
"자산이 얼마나 있어야 일을 그만둘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널리 쓰이는 답이 하나 있습니다. 다만 그 답에는 원문에 명시된 조건이 붙어 있고, 그 조건이 빠진 채로 퍼진 경우가 많습니다.
4% 룰은 어디서 나왔는가#
1994년 재무설계사 윌리엄 벵겐은 미국의 과거 시장 데이터를 놓고 “은퇴 첫해에 자산의 몇 퍼센트를 빼 쓰면 30년 동안 돈이 마르지 않는가”를 계산했습니다. 그가 찾아낸 안전선이 약 4%였습니다.[1] 몇 해 뒤 트리니티 대학 연구진이 더 넓은 자산 배분 조합으로 같은 질문을 다시 검증했고,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숫자가 널리 자리 잡았습니다.[2]
과수원에서 해마다 열매를 얼마나 따야 나무를 죽이지 않을 수 있는지 재본 것입니다. 너무 많이 따면 나무가 버티지 못하고, 너무 적게 따면 굶습니다. 여러 해의 날씨 기록을 다 넣고 돌려봤더니 첫해 열매의 4%쯤이 30년을 버티는 선이더라는 결론입니다.
이것을 거꾸로 뒤집으면 필요한 자산 규모가 나옵니다. 한 해 지출의 25배입니다. 4%가 1이 되려면 25를 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한 해 생활비 | 필요 자산 (25배) | 한 달 기준 |
|---|---|---|
| 3,000만 원 | 7억 5,000만 원 | 250만 원 |
| 4,000만 원 | 10억 원 | 333만 원 |
| 5,000만 원 | 12억 5,000만 원 | 417만 원 |
필요 자산 = 한 해 지출 × 25
여기서 조절할 수 있는 값은 두 개입니다. 자산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출을 한 해 100만 원 줄이면 필요 자산이 2,500만 원 줄어듭니다. 지출을 줄이는 쪽의 지렛대가 25배로 작동합니다.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앞 챕터에서 흔들림이 잔액을 깎는다는 사실을 봤습니다. 돈을 빼 쓰는 동안에는 여기에 문제가 하나 더 붙습니다. 같은 수익률이라도 어떤 순서로 겪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자산 100, 매년 4씩 인출하는 상황에서 10년을 봅니다. 한 사람은 좋은 해(+20%)를 먼저 다섯 번 겪고 나쁜 해(−10%)를 나중에 다섯 번 겪습니다. 다른 사람은 정확히 반대 순서로 겪습니다. 수익률의 집합은 완전히 같습니다.
돈을 모으는 동안에는 순서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곱셈의 순서는 결과를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돈을 빼기 시작하는 순간 순서가 결과를 바꿉니다. 빠져나간 돈은 회복장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퇴 직전과 직후의 몇 년이 전체 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입니다.
이 규칙을 믿어도 되는 범위#
4% 룰은 유용한 출발점이지만, 원 연구에 붙어 있던 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 기간은 30년입니다. 40대에 은퇴해 50년을 살아야 한다면 같은 숫자를 그대로 쓸 수 없습니다.
- 미국 시장의 과거 데이터입니다. 다른 나라의 주식·채권 역사를 넣으면 안전 인출률이 더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세금과 수수료가 빠져 있습니다. 앞 챕터에서 봤듯 이 둘은 복리의 씨앗에서 나갑니다.
- 지출이 매년 물가만큼만 늘어난다고 가정합니다. 의료비처럼 뒤로 갈수록 급증하는 항목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4%를 “보장된 안전선”으로 읽는 것입니다. 원 연구는 과거 구간에서의 실패 확률을 계산한 것이지, 미래를 보증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쓸 때는 시장이 나쁜 해에 인출을 줄이는 식으로 규칙에 여유를 두는 방식이 함께 권장됩니다.
이 세 챕터를 하나로 꿰면 이렇게 됩니다. 복리는 시간을 먹고 자라며(1장), 흔들림과 비용에 갉아먹히고(2장), 빼 쓰기 시작하면 순서에 취약해집니다(3장). 그래서 실제로 손댈 수 있는 변수는 일찍 시작하기, 비용 낮추기, 지출 통제하기 셋뿐이며, 수익률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이 코스에서 쓴 용어
- 안전 인출률
- 정해진 기간 동안 자산이 바닥나지 않는 선에서 해마다 빼 쓸 수 있는 비율입니다.
- 순서 위험
- 수익률의 구성이 같아도 겪는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위험입니다. 인출이 시작된 뒤에만 나타납니다.
- 변동성 손실
- 같은 산술평균이라도 흔들림이 클수록 최종 잔액이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Q1한 해 지출이 3,600만 원일 때 25배 법칙이 말하는 필요 자산은 얼마입니까?
Q2순서 위험이 문제가 되는 시점은 언제입니까?
Q34% 룰의 원 연구가 전제한 조건이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
- 4% 룰은 과거 30년 구간에서의 실패 확률을 계산한 결과이며, 보장이 아닙니다.
- 뒤집으면 한 해 지출의 25배가 필요 자산이고, 지출 절감은 25배 지렛대로 작동합니다.
- 인출이 시작되면 수익률의 순서가 결과를 가릅니다. 초반의 나쁜 해가 가장 위험합니다.
- AWilliam Bengen, “Determining Withdrawal Rates Using Historical Data” (1994) — Journal of Financial Planning (PDF)4% 인출률의 원 논문입니다. 학술지 게재 1차 자료이므로 A로 둡니다.
- BTrinity study — Wikipedia1998년 후속 검증 연구의 요약과 표를 정리한 문서입니다. 2차 자료이므로 B로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