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펀드가 시장을 이긴다는 착각
펀드매니저는 날마다 기업을 분석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러니 지수를 따라가기만 하는 펀드보다 낫지 않을까요? 이 생각이 평균적으로 맞지 않는 이유를 산수와 성적표로 확인합니다.
평균의 산수는 비용을 넣으면 기운다
1976년 미국에서 개인도 가입할 수 있는 첫 S&P 500 인덱스 펀드가 나왔습니다.[8] 경쟁사들의 반응은 조롱에 가까웠습니다.[6] 한 대형 운용사의 회장은 “많은 투자자가 평균 수익에 만족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6] 지금도 전문가가 고르면 평균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한 반 학생 전체의 시험 평균 점수를 떠올려 보세요. 반 평균이 시장 수익률이고, 인덱스 펀드는 언제나 반 평균을 그대로 받는 학생입니다. 나머지 학생들이 액티브 펀드인데, 이들의 평균도 반 평균과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액티브 쪽만 더 비싼 응시료를 점수에서 깎인다면, 깎인 뒤의 평균은 반 평균보다 낮아집니다. 다만 실제 시장에는 펀드 말고도 개인과 기관이 있어서, 이 비유가 펀드끼리의 성적까지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자 윌리엄 샤프는 1991년 논문에서 이 논리를 짧은 산수로 정리했습니다.[1] 시장 수익률은 시장에 있는 모든 돈의 평균입니다. 인덱스 쪽 돈은 비용을 떼기 전에 시장 수익률을 그대로 받습니다. 그러니 나머지 액티브 쪽 돈의 평균도 시장 수익률과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액티브 쪽은 종목을 고르고 자주 사고파느라 비용이 더 듭니다. 그래서 비용을 뗀 뒤 액티브 쪽의 평균은 인덱스 쪽보다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1] 이 관계는 어느 기간에나 성립합니다.[1]

가상의 숫자로 보겠습니다.
| 구분 | 인덱스 펀드 | 액티브 펀드 평균 |
|---|---|---|
| 비용을 떼기 전 수익률 | 연 7% | 연 7% |
| 비용 | 연 0.1% | 연 1% |
| 비용을 뗀 뒤 수익률 | 연 6.9% | 연 6% |
| 1,000만 원을 30년 두면 | 약 7,402만 원 | 약 5,743만 원 |
같은 시장에서 출발했는데 30년 뒤에는 약 1,658만 원이 벌어집니다. 복리 코스 2장과 앞 챕터에서 본 보수의 복리 효과가 그대로 작동합니다.
계산 과정 보기
1,000만 원 × 1.069³⁰ = 약 7,402만 원, 1,000만 원 × 1.06³⁰ = 약 5,743만 원이므로 차이는 약 1,658만 원입니다.
장기 성적표가 보여 주는 것
산수는 평균을 말할 뿐입니다. 실제 펀드들의 성적은 어땠을까요?
지수 회사 S&P 다우존스 지수는 SPIVA라는 보고서로 액티브 펀드와 지수를 견주어 왔습니다.[3]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의 79%가 S&P 500보다 낮은 수익을 냈습니다.[3] 이 보고서의 25년 역사에서 네 번째로 나쁜 해였습니다.[3]
한 해 성적은 해마다 출렁이므로 긴 기간을 봐야 합니다.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는 액티브 펀드를 같은 범주의 실제 종목을 고르지 않고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와 ETF를 함께 이르는 말입니다. 평균과 견줍니다. 패시브 펀드는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와 ETF이고, 그 평균은 보수를 이미 뗀 값입니다. 2025년까지 10년 동안 살아남아 패시브 평균을 이긴 액티브 펀드는 21%였습니다.[2] 미국 대형주를 담는 대표 범주에서는 기간이 길수록 처음에 있던 액티브 펀드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아 비교 대상을 이긴 펀드의 비율입니다.이 대체로 내려갑니다.[2]
이 숫자에는 중간에 사라진 펀드도 들어 있습니다. 모닝스타는 처음에 있던 펀드를 모두 표본에 넣고, 도중에 없어진 펀드도 지우지 않습니다. 이 범주에서 20년 전에 있던 액티브 펀드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은 것은 36.5%였습니다.[2]
지금 살아 있는 펀드들의 수익률만 모아 “액티브도 꽤 이긴다”라고 결론 내리는 것입니다. 성적이 나쁜 펀드는 문을 닫거나 다른 펀드에 합쳐져 기록에서 사라지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살아남은 펀드만 보면 평균이 실제보다 좋아 보입니다. 이것을 중간에 사라진 것을 빼고 살아남은 것만 보아서 결과가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현상입니다.이라고 부릅니다.[7] 성적표를 읽을 때는 처음에 몇 개였고 그중 몇 개가 사라졌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작년 1등을 고르면 될까
“평균은 지더라도 잘하는 펀드만 고르면 되지 않느냐”라는 반론이 나옵니다. 문제는 잘하는 펀드를 미리 알아보는 방법입니다. 가장 흔한 방법은 최근 수익률 순위를 보는 것입니다.
한국에 이를 보여 주는 자료가 있습니다. 2008년 수익률 상위 20위 안에 든 국내 주식형 펀드가 있었습니다. 이 펀드들은 2011년 상반기까지 한 개도 빠짐없이 순위권에서 밀려났습니다.[4] 2008년 1위 펀드는 2010년에 702위였습니다.[4]
연속해서 이긴 펀드라면 실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펀드 1,000개가 실력 없이 해마다 동전 던지기로 이기고 진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5년 연속 이기는 펀드가 약 31개 나옵니다. 운으로 만든 연속 기록과 실력으로 만든 연속 기록은 성적표만 봐서는 구별되지 않습니다.
계산 과정 보기
해마다 절반이 이긴다면 5년 연속 이기는 펀드는 1,000 × 0.5⁵ = 31.25, 약 31개입니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영하는 액티브 ETF…수익률도 코스피·S&P 이겼다” 같은 기사 제목은 액티브가 시장을 이긴 것처럼 읽힙니다.[5] 기사 본문을 보면 2024년 12월 중순 기준 액티브 ETF는 235개였습니다.[5] 그해 코스피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142개, S&P 500보다 높았던 것은 23개였습니다.[5] 그런데 국내 액티브 ETF는 그동안 채권형과 단기자금형 상품의 비중이 높았습니다.[9] 처음부터 주식시장을 이기려는 상품이 아닌 것이 많이 섞여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긴 상품의 수만 세지 말고, 무엇과 견주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남는 반론
액티브 펀드가 모두 진다는 말은 아닙니다. 샤프도 비용을 뗀 뒤에 인덱스를 이기는 액티브 운용자가 있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그런 운용자가 맡은 돈은 액티브 전체에서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1]
모닝스타 자료에서도 범주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10년 성공률은 채권형과 부동산형에서 가장 높고, 미국 대형주에서 가장 낮았습니다.[2] 그리고 앞 챕터에서 본 것처럼 보수가 싼 액티브 펀드일수록 더 자주 이겼습니다. 보수가 가장 싼 5분의 1은 31%가 이겼고, 가장 비싼 5분의 1은 17%만 이겼습니다.[2] 액티브를 고르더라도 보수가 결과를 가르는 변수라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인덱스 펀드 쪽의 한계도 기억해야 합니다. 인덱스 펀드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으므로 시장이 떨어지면 함께 떨어집니다. 1장에서 본 것처럼 소수 대형주에 쏠릴 수도 있습니다. 인덱스 투자가 약속하는 것은 높은 수익이 아니라 시장 수익에서 적은 비용만 뺀 몫입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인덱스 펀드를 ETF로 사고팔 때 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보수를 더한 한 해 비율입니다. 펀드 재산에서 날마다 계산해 뗍니다.인덱스 펀드는 무엇을 사는가 챕터에서 보기 밖에서 빠지는 비용을 하나씩 더해 봅니다.
용어 정리
- 패시브 펀드
- 종목을 고르지 않고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와 ETF를 함께 이르는 말입니다.
- 성공률
- 처음에 있던 액티브 펀드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아 비교 대상을 이긴 펀드의 비율입니다.
- 생존 편향
- 중간에 사라진 것을 빼고 살아남은 것만 보아서 결과가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현상입니다.
이해도 점검
정답 0 / 4Q1보수와 거래 비용을 떼기 전, 액티브로 운용되는 돈 전체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과 비교해 어떻습니까?
Q2장기 성적표에서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시장을 이긴 액티브 펀드의 비율은 대체로 어떻게 됩니까?
Q3실력과 상관없이 해마다 펀드의 절반이 운으로 시장을 이긴다고 해 보겠습니다. 펀드 1,000개 가운데 5년 연속 이기는 펀드는 어떻게 됩니까?
Q4중간에 청산되거나 합병된 펀드를 빼고 지금 살아 있는 펀드만 모아 성적을 비교하면 어떻게 됩니까?
이 챕터의 요약
- 비용을 떼기 전 액티브의 평균은 시장과 같아서, 비용을 떼면 시장보다 낮아집니다.
- 장기 성적표에서 시장을 이긴 액티브 펀드는 기간이 길수록 줄었습니다.
- 지난 순위로는 다음 승자를 미리 고르기 어렵고, 이기는 펀드도 보수가 낮을수록 많았습니다.
출처와 신뢰도
- AThe Arithmetic of Active Management · William F. Sharpe, Financial Analysts Journal (1991), 스탠퍼드대 저자 페이지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저자가 직접 올린 원문입니다. 비용 전에는 액티브 평균이 시장과 같고 비용 후에는 낮다는 논증과, 일부 액티브는 비용 후에도 이길 수 있다는 단서를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BMorningstar's US Active/Passive Barometer, Year-End 2025 · Morningstar Manager Research방법론을 공개한 펀드 평가사의 정기 보고서입니다. 10년 성공률 21%, 미국 대형 혼합형 기간별 성공률과 생존율, 보수 하위·상위 5분위의 성공률 31%와 17%, 범주별 차이, 사라진 펀드를 표본에 남기는 방식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BActive managers stumble again in 2025 as large caps dominate · InvestmentNews편집 책임이 있는 금융 전문 매체가 S&P 다우존스 지수의 SPIVA 미국 보고서(2025년 말 기준)를 인용한 기사입니다. 원문 PDF(SPIVA U.S. Year-End 2025)를 브라우저로 받아 79%·65%·25년 중 네 번째로 나쁜 해라는 수치가 같음을 대조했고, 원문은 자동 접속을 막아 이 기사를 출처로 두었습니다. 2025년 79%와 25년 중 네 번째로 나쁜 해라는 평가를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B펀드 '톱20' 3년새 모두 사라져 · 아주경제 (에프앤가이드 자료 인용)펀드 평가 정보업체의 순위 자료를 인용한 기사입니다. 2008년 상위 20위 국내 주식형 펀드가 모두 순위권에서 밀려났다는 내용과 2008년 1위 펀드의 이후 순위를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C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영하는 액티브 ETF…수익률도 코스피·S&P 이겼다 · 머니투데이한 해 성과로 액티브가 시장을 이겼다고 읽히게 만드는 제목의 예로만 씁니다. 본문의 액티브 ETF 235개, 코스피 상회 142개, S&P 500 상회 23개 수치를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BIndex fund · Wikipedia출처를 단 정리 문서입니다. 1975년 12월 31일 설립된 S&P 500 인덱스 펀드가 출시 때 경쟁사들의 비웃음을 샀고, 한 운용사 회장이 평균 수익에 만족할 투자자는 없다고 말한 역사를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BSurvivorship bias · Wikipedia출처를 단 정리 문서입니다. 성적이 나쁜 펀드가 청산되거나 다른 펀드에 합병되어 성과 비교에서 빠진다는 금융 분야의 생존 편향 설명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BS&P 500 · Wikipedia출처를 단 정리 문서입니다. 1976년 8월 31일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첫 S&P 500 추종 뮤추얼 펀드가 나왔다는 날짜를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
- B중소형사, 액티브ETF로 수익 높인다 (2026년 1월 11일) · 헤럴드경제 미주판 (에프앤가이드·한국거래소 자료 인용)펀드 정보업체와 거래소 자료를 인용한 기사입니다. 그동안 국내 액티브 ETF는 채권과 단기자금 상품 비중이 높았다는 증권사 연구원의 분석을 가져왔습니다.본문으로